멋이들다
2013.9.6 - 10.9
메르씨엘 비스 다섯번째 전시, 가을을 맞이하여 나무와 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서기열, 윤세호 두 남자의 콜라보레이션 2인전을 선보인다.
이질적인 듯 하지만 서로에 스미듯 어울리는 메르씨엘비스의 가을 기획 전시 ‘멋이들다’는 나무와 흙이 전해 주는 치유의 목소리가 될 것이다.
서기열
한 분야의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헌신과 자기도취 그리고 고집이 필요하다. 특히 어떤 작품,그 이상을 넘어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나름의 철학이 잇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중 하나인 ‘목수’라는 직종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40년 가까이 목수라는 직업 하나에만 매달려온 서기열은 ‘천외목(天外木)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구를 만들어 왔다.
서기열의 가구는 대중적인 감수성을 깊게 간직하고 있다는 평이다. 세라믹을 재료로 한 그의 작품들은 특히 단단한 목질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선명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아프리카산 아카시아 나무와 북미산 호두나무를 재료로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빈틈없는 마무리와 디자인 그리고 쾌적한 조형미는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서기열의 작품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게 된다. 굳이 장인이라는 호칭을 거부하는 서기열 작가는 도면을 따로 그리지 않고 머릿속의 그림을 곧 바로 작품에 반영해 완성한다. 이는 치열한 자기와의 노력, 싸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도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치수 계산, 짜임새 있는 이음새 등 놀라울 정도의 정확성을 표현해 내고 있다.
머릿속에 작업과정이 그려져야만 작업을 시작하는 그는 “이 모든게 냉정한 도제시스템으로 배우기 시작한 게 바탕이 되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목재의 건조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안정된 가구 상태를 구현하기 위함으로 여기에는 억센 나무들을 다스리는 성취감도 포함되어있다.
윤세호
윤세호는 오랜 인고의 과정이 거짓 없이 도자에 투영되는 것을 작업으로 보여 주고자 한다. 손끝의 섬세한 감각으로 흙이라는 재료에 감정을 담아 친근하면서도 멋스러운 작품을 보여 준다.
<작가노트>
우연한 계기에 작업의 재료인 흙을 채취부터 수비 과정을 거쳐 성형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기계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다뤄볼 기회가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오로지 인력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는 것, 이러한 차이가 결과물에도 분명히 반영된다는 것. 그렇다면 이 노동의 가치를, 미묘한 차이를, 대중들이 알아줄 수 있을것인가. 대중들이 그 가치를 나와 같은 무게감으로 받아들일것인가.
조선시대의 무심한듯 너무도 아름다운 기물들을 보면 마음이 울린다. 그들의 작업은 좋은 재료와 정교한 기술에 운이 더하여 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 시대의 작업은 운이라는 요소가 점점 통제된다.
나의 작업은 ‘흙’이라는 재료에 나의기술과 감정을담아 불이라는 통제를 벗어난 현상에 맡겨버리는 이 과정을 놓아버릴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재료와의 교감과 충분한 노동,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과 그것의 깊이있는 아름다움은 나의 마음을 울리는 조선시대 도공들의 작업에 대한 동경과도 같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작업또한 중요하다 생각한다. 통제된 재료와 통제된 기술에 채색을 하고 유약을 입혀 보기 좋게 구워낸다거나, 조형적 기능을 부여하여 쓰임이 있게끔 만들어 내는 것도 내게 느껴지는 가치의 무게가 위와 다르지않다. 이는 훗날 21세기 도예가의 작업은 이러했다고 기억될, 지금이라는 시대상이 반영된 그러한 작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멋이들다 Installation View, Merciel bi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