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혜 JUNG SO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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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혜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와 디자인대학원 세라믹디자인 전공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작업은 ‘오래된 것에 새 옷을 입힌다’는 감각에서 출발하며, 전통과 현재, 공예와 조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자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작업의 출발점은 옷을 만드는 방식이다. 정소혜는 전통 도자기와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오래된 사물의 형태를 바탕으로, 규방공예에서 보이는 바느질과 침선의 미감을 도자 제작 과정에 접목한다. 흙을 빚어 형태를 완성하는 일반적인 도자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그는 먼저 천을 재단하고 바늘과 실로 한 땀 한 땀 꿰매며 입체적인 모형을 만든다. 바늘방석을 연상시키는 이 천의 구조물은 평면에서 입체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주름과 찌그러짐을 만들어내며,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는 형태로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 모형은 캐스팅 과정을 거쳐 도자기로 옮겨진다. 천의 질감, 실의 종류, 바느질의 방식에 따라 도자 표면에는 서로 다른 흔적과 리듬이 남고, 단단한 도자는 부드러운 촉각적 인상을 획득한다. 작품 표면에 남은 선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손의 움직임과 반복된 노동, 그리고 시간의 축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정소혜는 공예가 지닌 물성과 시간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정소혜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사물과 기억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기도 하다. 전통 도자와 규방공예라는 과거의 형식을 빌려오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입히는 데 주력한다. 과거의 생활 도구와 공예적 태도는 그의 손을 거치며 현재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예적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에서 그의 도자는 과거와 현재, 단단함과 부드러움, 구조와 감성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그는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왔으며, 공예트렌드페어, 제주국제도자페스타, 메종&오브제 파리 등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동시대 공예의 흐름 속에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노스텔지어 한옥호텔, 더현대 서울, DDP 등 다양한 공간과의 협업을 통해 도자 작품이 놓이는 맥락을 확장하며, 일상과 전시 공간을 넘나드는 공예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