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현 PYO JI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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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현(表智賢)은 점토의 유연한 물성과 손의 반복적인 리듬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흐름을 깊이 탐구해온 한국의 도예가이다. 그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공예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도예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동아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도 도예를 연구했다. 이러한 학문적 기반은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재료와 손의 관계, 물성이 지닌 시간적 깊이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표지현의 작업은 흙을 빚고 누르고 다지는 반복적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손의 흔적과 표면의 켜를 중요한 조형 언어로 삼는다. 단순한 제작의 흔적을 넘어, 이러한 켜는 사물이 살아온 시간과 작가의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작품에 고유한 온도와 존재감을 부여한다. 그의 오브제는 기능을 품은 생활 기물이자 동시에 독립적인 조형으로 존재하며, 부드러운 곡선과 조화로운 비례를 통해 일상과 조형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특히 표지현은 도자 작업에 한국 전통 옻칠을 결합해 재료적 층위를 확장해왔다. 옻칠은 옻나무 수액을 정제해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리는 전통 공예 기법으로, 강한 내구성과 깊이 있는 광택을 지닌다. 작가는 점토 위에 옻칠을 입히며 흙의 표면에 또 하나의 시간의 층을 더하고, 단단한 도자 위에 부드럽고 밀도 있는 질감을 드리운다. 옻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내는 깊이는 작품에 조형적 무게감을 더하며, 전통 재료가 현대적 감각 속에서 생생하게 작동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표지현의 유기적인 형상들은 손에 닿는 촉감, 표면의 미세한 굴곡, 그리고 사용 속에서 드러나는 변화로 사물을 대하는 감정의 깊이를 확장한다. 재료가 지닌 본연의 성질과 손의 반복적 흔적이 어우러진 그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 속 존재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는 전통과 현재, 기능성과 조형성이 조용히 겹쳐진 언어로서 공예가 지닌 감각적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표지현은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8회)과 100여 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해왔으며, 2021년 ‘흙, 옻을 입다’(아트랩부산·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 같은 전시를 통해 옻과 흙의 결합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또한 ‘흙에 반하다 Ceramic Jewelry’(2019, 디오티미술관), CERAMIC+ (2017, 부산프랑스문화원) 등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재료와 현대적 감각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표지현의 작업은 공예적 재료와 손의 노동, 그리고 시간의 켜가 만드는 독특한 조형 세계를 통해,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힘을 지니며, 오늘의 공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