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영 JO HYUN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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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은 유리를 ‘차갑고 단단한 재료’가 아닌, 감정을 건네는 가장 따뜻한 소재로 바라보며 작업을 이어가는 유리 작가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에서 도예·유리디자인을 전공(MFA)하고, 남서울대학교 유리세라믹디자인학과 유리조형 전공(BFA)을 통해 유리에 대한 조형적·기술적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이러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그는 유리의 투명함과 빛, 그리고 손을 통해 전달되는 온도와 감각에 집중하며, 일상에 스며드는 유리 오브제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고온의 불을 이용해 유리를 직접 녹이고 성형하는 램프워킹 기법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불과 손, 호흡의 미세한 리듬에 따라 완성되는 형태는 모두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지니며, 그 차이 자체가 작품의 고유한 개성이 된다.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 속에서 유리는 점차 형태를 갖추고, 작가의 기억과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물 안에 스며든다. 이 과정은 유리를 완전히 통제되는 재료가 아닌, 작가와 끊임없이 반응하며 완성되는 살아 있는 물성으로 드러나게 한다.
조현영의 작업은 화려한 장식보다 사소한 순간에서 비롯된 감각과 정서를 담아내는 데 초점을 둔다.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 투명하거나 은은한 색감,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안정적인 무게감은 사용자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천천히 바꾸도록 유도한다. 그의 유리는 바라보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되며 감각되고 기억이 쌓이는 일상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학업 이후 그는 창작과 교육, 기술 지원과 협업을 넘나들며 유리 공예의 확장 가능성을 꾸준히 실험해왔다. 대학과 공공기관, 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유리 공예가 생활과 공간, 산업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유리 테크니션과 강사로 활동하며 재료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왔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업을 더욱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국내외 다양한 창작 현장과 워크숍, 전시 경험을 통해 재료에 대한 시야를 넓혀왔으며,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 참여를 통해 현대 유리 공예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차분히 구축해왔다. 반복된 실험과 현장 경험은 그의 작업에 안정감과 깊이를 더하며, 기술과 감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조현영에게 유리는 형태를 만드는 재료를 넘어, 손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매체다. 그는 오늘도 불 앞에서 유리를 천천히 다루며, 일상 속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사물, 그리고 조용히 마음을 데울 수 있는 유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