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의 작업은 나무라는 재료가 지닌 시간성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바닷가에 떠내려온 유목이나 버려진 나무를 수집해 사용하기도 하며, 재료에 남겨진 균열과 상처, 거친 결을 제거하지 않고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오래 시간을 지나온 나무의 흔적은 조각 속 존재들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하나의 생명이 지나온 기억과 시간을 환기시킨다. 이는 생명을 단순히 소비되는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저마다의 존재와 시간을 존중하려는 작가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작품 속 동물들은 인간에게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채 각자의 감각과 리듬을 유지한다. 작가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인간 또한 자연과 생명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감각을 작업 안에 담아내며,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를 조용히 이야기한다. 온화하고 담담한 조형 언어 안에는 생명에 대한 애정과 존중,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깊은 시선이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