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Mok, Soon Easy, Yoo Eunseok, Jackson Sim
September 20 - November 30, 2025
감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관계’가 있다. 행복과 불행,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비롯되고 반복된다. 《KICK》은 이러한 관계의 긴장과 충돌,
자본주의 사회가 낳는 모순들을 풍자적이고 위트 있게 시각화한다. 참여 작가들은 유년기의 경험과 대중문화, 특히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이미지를
기반으로 작업을 전개해왔다. 익숙한 형상에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그들의 방식은 관객에게 직관적이고 친근한 소통의 창을 마련한다. 전시명
‘KICK’은 두 가지 의미를 품는다. 하나는 사회적 갈등과 억압을 ‘박차고 나아가는 힘’, 또 하나는 작품을 통해 관객이 느끼는 작은 웃음의 자극(kick)이다.
《KICK》은 익숙한 시각 언어 속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사회와 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예술을 매개로 한 사회적
성찰과 동시에 감정적으로 환기되는 작은 ‘킥’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강목 Kang Mok (1b.1988)
강목은 ‘오늘의 초상’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관계와 감정, 존재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중심 캐릭터 ‘동그리’는 단순한 원형이지만, 인간 본연의
정체성과 사랑의 방향, 다층적 관계성을 상징한다. ‘동그리 시리즈’는 다양한 표정의 모자를 쓴 캐릭터들이 서로 겹치며 교감의 지점을 시각화한다. 모자는
직업, 종교, 정체성의 다양성을 상징하면서도, 결국 서로 이어지고 연결된 인간관계와 존재의 본질을 드러낸다. 장난기 어린 표정, 노출된 붓질, 위트 있는
색감은 강목만의 정서적 접근을 보여주며, 아크릴, 연필, 파스텔, 목탄 등 다양한 재료 혼합과 콜라주, 오브제 드로잉 등 실험적 형식도 특징이다. 그는 관계
속 감정을 따뜻하고 친근하게 전달하며, “하루의 따뜻함을 나누는 것”에 작업의 중심을 둔다. 더 나아가, ‘오늘’이라는 시간의 조각을 통해 어제와 내일을
품은 ‘영원한 초상’을 탐구하며 인간 존재의 근본적 의미를 시각화한다.
순이지 Soon Easy (b.1990)
순이지는 일상 속 사물과 인물을 재해석해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의 화면은 알록달록한 색감과 천진한
캐릭터, 과장된 몸짓으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자본주의, 권력, 계급, 종교, 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향한 통찰이 담겨 있다. 블랙코미디적 정서는 ‘죽음’과
같은 주제를 담담하게 다루는 방식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이는 외면된 삶의 부정성을 회복하고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만화에 영향을 받아 판화를 공부한 후, 거리예술과 수작업 드로잉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했다. 최근 ‘키오스크’ 작업에서는 거리 뉴스
가판대를 활용해, 정보 과잉 속에서 무심히 지나친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장치를 선보이며, 관객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성찰하도록 돕는다. 그의
작업은 웃음을 매개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부조리한 현실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유은석 Yoo Eunseok (b.1986)
유은석은 건축물, 슈퍼히어로, 공(ball), 식물 등의 이미지를 변형하여 현대인의 정서와 사회 구조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 속에 개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 모든 개체가 하나의 상징이자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014년에는 정치·환경·역사 문제에 대한 풍자를 골조로 한 《건축된
농담》 시리즈를 제작했고, 이후 연속해서 진행한 슈퍼히어로 시리즈로 이상화된 존재와 인간의 보편적 감정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2021년 이후에는
사물과 식물, 공을 매개로 단절과 회복, 관계의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이 속에서 ‘공’은 축적되거나 파열되는 경쟁 사회 속 또 다른 삶의 은유로
기능한다. 2023년 《Play Ball》과 2024년 《RACING BALL’s》의 개인전을 통해 ‘경쟁 속 생명력을 긍정적으로 조명해왔으며, 현재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각 언어로 현대 사회의 구조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의 일어나는 여러 감정의 회복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과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예술적 언어로 재현하여 관객이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잭슨 심 Jackson Sim (b.1979)
잭슨 심은 동심의 감수성과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을 결합해 역설적인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시선과 현실적 감각이
공존하며,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도 예술이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대중문화 속 익숙한 캐릭터와 상징을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순수와 욕망, 동경과 현실이 충돌하는 장면을 통해 밝고 유쾌한 외피와 무거운 질문을 동시에 전달한다. 10주년 프로젝트 《GREATMAN》
시리즈(2025–)는 지난 작품들을 조각으로 나누어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한 작업으로 “시련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소년의 마음’을 끝까지 지키며, 관객의 감각과 기억을 환기하고 따뜻한 울림과 오래 남는 여운을 선사한다. 잭슨 심의 작업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오늘날에도 여전히 동심을 살아 있게 만드는 실천으로, 현대 사회에서 순수와 현실이 만나 만들어내는 조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