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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Memory

Sohn Jinah 손진아

October 24 - November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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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Works

Introduction

손진아의 작업은 매 순간의 감정선이 자유롭게 흐르는 ‘감정의 지형도’에 가깝다. 그의 화면은 빈틈없이 채워져 있으면서도 일정한 여백을 품고 있으며, 강렬한 색의 진동과 유연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감정의 파동처럼 밀려온다. 붓질의 굵기, 선의 방향, 색의 번짐은 모두 작가가 느낀 감정의 즉각적 반응으로 남겨진 흔적이다. 계획된 구도나 계산된 형태보다, 순간의 감각과 몰입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조화가 작품의 본질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 손진아는 오랫동안 자신을 상징하던 오브제 ‘의자’를 벗어나, 회화의 근원적인 요소인 점·선·면과 색채로 돌아간다. 그는 식물의 패턴과 생명체의 유기적 흐름에서 출발해, 감정의 떨림과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화면 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물방울무늬, 당초문을 연상시키는 패턴, 자유롭게 교차하는 선들은 모두 내면의 감정이 자연의 리듬과 만나 이루어진 ‘심상 풍경’이다.

그의 회화에서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에너지는 분리되지 않으며, 물질과 정신이 하나로 이어지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상태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을 붙잡기보다, 그 부유하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Floating Memory》라는 제목은 바로 그 ‘흐름’의 감각에서 비롯되었다. 색채와 선의 진동 속에서 관람자는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하며 자신만의 내면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손진아의 회화는 단순히 시각적인 추상을 넘어, 감정의 흔적이 쌓이고 겹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간의 결이 중첩된 색채의 층위 속에서 작가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다. 그녀에게 작업은 감정의 기록이자 일종의 명상이다. 화면 위에 남겨진 색의 흐름과 선의 떨림은 곧 작가의 내면 풍경이자, 관람자 스스로의 기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손진아(b.1967) 작가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과정을 마친 후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외교통상부, 신한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기업에 소장되어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감정의 리듬과 내면의 흐름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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