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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무주(風徑無住) : Between the Feathers

SOYOON LEE 이소윤

September 18 - October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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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Works

Introduction

이번 전시는 겨울철새의 비행과 철새들이 모여드는 저수지의 풍경을 중심으로, 소통과 자유,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회화적 사유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풍경무주(風徑無住)’는 ‘바람이 지나는 길에는 머무름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이 어느 한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듯, 작가는 존재와 관계 역시 하나의 상태에 고정되기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바라본다. 영문 제목인 Between the Feathers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다 감각적으로 확장하며, 수많은 새들의 깃털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과 그 움직임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소윤에게 작업은 자기 이해의 과정이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타인을 알아가고, 나아가 자신이 속한 세계와 지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시 성찰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삶의 모습과 해석에서 발생하는 소통과 불통에 주목하며,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이상적인소통의 가능성을 회화로 탐구해왔다.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에는 ‘고향’에 대한 기억이 자리한다. 어린 시절의 공간과 그곳에서 경험한 계절의 인상은 현재의 정체성과 감정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억으로 작용한다. 특히 사계절의 마당을 가득 채웠던 야생화 군락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모습을 상징한다. 다양한 꽃들이 우열이나 갈등 없이 하나의 군락을 이루는 모습에서 작가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삶의 본질적인 희망을 발견한다.


이번 전시에서 중심적인 모티프로 등장하는 겨울철새와 저수지의 풍경은 이러한 관심을 자연의 언어로 확장한다. 작가는 겨울철 가창오리의 군무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형상을 이루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작가에게 자유와 소통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장면으로 다가온다. 함께 비행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거대한 무리 속에서 어느 한 존재도 낙오되지 않는 모습은 개별성과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기존 작업에서 주로 다루어온 푸른 하늘과 철새의 군무에 더해, 석양이 지는 시간의 풍경을 처음으로 화면에 담았다. 창원 주남저수지와 금강 하구 등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직접 찾았던 장소에서 마주한 풍경은 해가 기울면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저수지,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철새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새들의 비행뿐만 아니라 그들이 머물고 떠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순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감각까지 화면에 담아낸다. 기존의 푸른 풍경과 대비되는 분홍빛 석양은 화면에 새로운 온도와 정서를 더하며, 자유와 소통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보다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확장한다. 작가에게 새들의 비행은 무엇보다 자유의 상징이다. 동시에 철새의 군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위치를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소통의 형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 이소윤은 ‘이상적 소통’, ‘생명력’, ‘자유’가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이소윤의 회화는 특정한 자연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자연을 관찰하며 수집한 이미지들은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통과하며 새로운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화면 속 하늘과 저수지, 철새의 움직임은 실제 풍경인 동시에 작가의 내면에 축적된 기억과 감정이 만들어낸 하나의 내면적 풍경이다. 현실의 장소에서 출발한 풍경은 회화 안에서 기억과 감각이 뒤섞인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작업의 태도는 『금강경』의 구절인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즉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사유와도 연결된다. 작가는 어떠한 곳이나 상태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자유에 주목한다. 여기서 ‘머무르지 않음’은 단절이나 부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생명의 방식이다. 풍경무주 : Between the Feathers는 서로의 차이를 지키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연결되는 자유에 대한 전시이다. 바람이 지나가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석양이 저수지를 물들이는 순간처럼 이소윤의 회화는 고정된 풍경이 아닌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관계의 순간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관계와 자유를 바라보는 이소윤의 회화적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다.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풍경은 철새와 저수지, 하늘과 바람을 통해 타인과 자연,그리고 세계와 함께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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