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i Kariya 카리야 미키
1 August – 31 August, 2025
카리야 미키 Miki Kariya (b.1973)
카리야 미키는 일본을 비롯해 뉴욕, 홍콩, 대만 등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과 더불어 최근 작업을 아우르며, 그녀의 조형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한다. 작품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 풀밭에서 느꼈던 경이로움과 막연한 불안, 고립감 같은 감정이 녹아 있다. 작가는 “키 큰 풀 사이에 집이 보이지 않을 때의 불안, 머리 위를 스쳐가는 비행기 소리 같은 순간들이 작업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 기억은 토끼, 나비, 버섯, 집과 같은 친숙한 이미지로 변주되며, 환상적이지만 낯설고, 귀엽지만 어딘가 불편한 감각을 자아낸다. 이들 모티프는 ‘카와이(kawaii)’ 미학을 연상시키면서도 생존 본능, 저항, 독성, 권력 구조 등의 복합적 의미를 품고 있다. 순수의 상징인 토끼가 검을 쥔 모습은 생존과 투쟁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비폭력적인 버섯은 은근한 위협을 암시한다. 동화적 외형에 숨겨진 이중성은 강자와 약자, 포식자와 피식자의 경계를 흐리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날카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만든다. 작품은 나무 패널 위에 아크릴 물감을 수십 겹 덧입힌 후, 줄톱이나 바늘, 사포 같은 도구로 표면을 긁어내고 갈아내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이 반복적이고 물리적인 과정을 통해 화면에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든다. 작가는 새것보다 낡고 거친 질감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며,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자주 들르던 앤티크 숍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작업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회고한다.
예술적 배경과 작업 철학
카리야 미키는 경이로움, 고립감, 그리고 막연한 불안과 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환상적이면서도 낯익은 이미지들을 창조해낸다. “어릴 때는 동네 풀밭에서 곤충을 잡곤 했어요. 키 큰 풀 사이에서 집이 보이지 않을 때 느꼈던 불안감, 머리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같은 순간들이 지금의 작업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린 시절의 섬세한 감정이 작품 곳곳에 살아 숨쉰다. 토끼, 버섯, 나비, 집과 같은 친근한 모티프들은 일본 대중문화의 ‘카와이(kawaii)’ 미학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안에는 권력 관계, 생존 본능, 저항, 독성 등 복합적 의미가 숨어 있다.
순수의 상징인 토끼가 검을 든 모습은 생존과 투쟁을 암시하고, 버섯은 비폭력적인 존재이지만 독성을 통해 은밀한 위협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들은 강함과 약함, 포식자와 피식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전복하며, 동화적인 외형 속에 날카로운 질문을 숨겨둔다.
독창적인 재료와 표현 기법
카리야는 나무 패널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짙은 붉은색 등으로 밑작업을 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수십 겹 덧칠하여 줄톱, 바늘, 파일, 사포 등의 도구로 반복적으로 긁고 갈아내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마모와 축적의 과정은 마치 오래된 신사나 사찰의 문, 천장처럼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저는 새것보다는 낡고 거친 질감을 좋아해요.” 라는 그녀의 취향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자주 방문했던 앤티크 숍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물건을 손으로 만지고 관찰하며 시간이 빚어낸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경험이, 현재 작업의 핵심적인 미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서, 작가가 유년기 풀밭 속에서 느꼈던 낯섦과 긴장,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회화 속에 응축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페인팅 붐’으로 접어든 창작의 전환점
2025년 현재, 카리야는 스스로 “페인팅 붐” 이라 부를 정도로 창작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작품에는 수국의 조용한 개화, 나비의 날갯짓, 집의 따스함 등 일상의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는 기억과 상상, 상실과 회복의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작가는 “모든 것을 그리고 싶다.” 는 충동에서 신작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감정적 밀도를 지닌 최신작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조형 언어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진화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