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Dohoon 박도훈 ㅣ Kwak Chulan 곽철안
January 9 - February 9, 2025
Maison de CARIN(이하 ‘메종’)에서는 2025 을사년 첫 기획전으로 박도훈 작가와 곽철안 작가의 TONE 展을 개최한다. 40년 명상을 통해 그림을 그려 온 박도훈 작가와 조형과 디자인을 두루 섭렵한 곽철안 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다른 언어와 같이 이질적이지만, 에너지의 파동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박도훈 작가의 작품이 고요에서 시작되는 파동의 시작을 표현한다면, 곽철안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공간에 펼쳐지는 발레와 같이 우아하고 보다 역동적인 음색을 펼쳐 놓는다.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소리와 색상이 조율되고 에너지의 파동이 춤추는 시공간을 경험해 보기 바란다.
박도훈 작가는 오랜 기간 동안 명상의 세계를 경험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회화적 표현을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텅 빈 공간이지만 비어 있지 않다”는 역설을 표현한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 속에도 다양한 에너지의 파동이 존재하며, 그것이 어떠한 방향성을 갖는가에 따라 역동적인 파동으로 진행될 수도, 또 선하거나 부드럽거나 혹은 날카로운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표현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작가는 자신만의 화법으로 종이와 먹, 여러 안료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화폭 속에 또 다른 (energy 場 field)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평면 속에 숨겨진 또다른 공간성을 관객과 공유하는 하나의 행위로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는 의식이기도 하다.
침묵은 논리, 생각, 감정, 개념 등 모든 것에의 집착을 다 내려 놓는다. 온전한 고요함 가운데서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곳에 무위의 자유로운 생명의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창조력이 있다. 거대한 생명 바탕에서 나오는 작용들은 우주와 만물과 나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여 흐르며, 작용성과 창조력으로 연계되어 살아감을 본다. (極大同小)극대동소 라고 크게 굴리는 모습과 소리는 들을 수도 볼 수도 없기에 (無)무라고 표현한다.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영역으로, 마음대로 보고 듣기에, 그 울림을(響)향으로 보고 듣는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생명의 작용성과 연계성의 원융함(圓融)을 점과 선 하나 하나로 표현한다. – 작가노트<침묵으로 부터>중
박도훈(b.1954)은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미술을 연마해 오다 1999년부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곽철안 작가의 작품들은 보다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공간 속에 운동성을 불어넣는다. 작가만의 경쾌하고 세련된 어조로 공간 속에 음색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마치 1930년대 오르피즘 작가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색상과 움직임으로 공간을 분할하기도, 역동성을 더하기도, 또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한다. 작가는 라운드 합판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곡면을 만들기 위한 인테리어 재료로 손으로 쉽게 구부려 유연한 표면을 얻을 수 있다. 가상의 볼륨을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고 전개도로 분해해서 출력한 다음 종이나 평면 재료를 이용해 실제로 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로 눈감고 상상하는 편이다. 머리 속에서 희미한 잔상이 잡히면 그때 스케치를 하거나 바로 컴퓨터로 모델링을 한다. 그 뒤로 2D와 3D를 오가며 수정을 거듭한다. 종이에 붓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보고 컴퓨터로 옮겨와 입체로 구현해보고 다시 평면으로 살펴보고 다시 프로그램을 돌리는 식이다. 나는 생각을 형태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 조형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붓글씨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붓글씨를 공부하고 또 해석하며 내 작업에 응용하곤 한다. - 작가노트 중
곽철안(b.1979)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를 거쳐 네덜란드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트호벤(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Contextual Design을 전공하고 현재 상명대학교 생활예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2015년 브릴리언트 30과 2014년 코리아투모로우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