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angyeol 김상열 ㅣ Shin Cheol 신철
February 14 - March 9, 2025
Maison de CARIN(이하 ‘메종’)에서는 오는 2월 14일부터 3월 9일까지 김상열, 신철 작가의 <달빛정원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신철 작가와 색의 레이어를 첩첩이 쌓아 산의 형상을 나타내는 김상열 작가의 Wind garden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예술적 언어로 자연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심 속에서 벗어나 달빛이 흐르는 정원에서 사색과 감상의 깊이를 느껴 보길 바란다.
김상열 작가는 나뭇가지, 잎 등의 식물 이미지를 활용하는 ‘Secret Garden’ 시리즈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산’의 이미지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시리즈는 겨울철 화목난로를 때고 남은 재를 캔버스에 미디엄과 섞어 발라 바탕을 만든 후, 물감과 에어 브러시로 색의 레이어를 쌓아 산줄기의 형상을 천천히 드러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자연의 근본적인 본질과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농도의 색면(色面)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산의 형태와 색조의 부드러운 변주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무한성을 상징하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관객들은 자연 속에서 명상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화폭 위에 담아내며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완벽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으며, 불완전함과 일시적인 모습 속에서도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 소박함, 단순함, 자연스러움,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서 미를 발견한다. “
– 작가노트 중
김상열(b.1966)은 영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2년에는 대구 올해의 중견 작가로 선정되었다.
신철 작가는 지난 40여 년간 흙과 불을 탐구하며 수천 개의 달항아리를 빚어왔다. 장작가마에서 탄생하는 그의 달항아리는 흙, 불, 나무의 조화로운 결합 속에서 오랜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작가는 경기도 이천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장작가마를 구축했다. 장작가마는 불 조절이 힘들고 특히 장마철 등 습도가 높을 때에는 더욱 작업하기가 까다롭다. 작가는 오랜 시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그만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달항아리는 한국 전통 미의식과 공예 철학이 담긴 상징적인 존재로,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조형적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또한, 달항아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흙과 불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조선 후기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이 풍성한 양감의 백자항아리는 어떤 이유로 제작되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추측하건데, 당시 지배 계급의 국가 운영을 위한 철학 즉, 검소함과 절제, 예의를 중시하는 마음가짐이 녹아든 형태와 크기, 색을 가진 기물이었을 것이다.
나는 오랜 기간 실패율이 높고,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장작가마로 이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다. 나무라는 대체 불가능한 연료와 날씨, 계절 등 많은 변수, 수 없는 유약실험으로 미묘하게 다른 흰 빛깔을, 의도하였으나 의도되지 않은 조형을 경험해 왔다. 수 천 단위가 넘는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이것들이 내가 만족할 만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달항아리를 만들 때마다, 진폭이 큰 사유와 성찰을 통해 선조들의 깊은 미의식에 조금씩 더 접근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과정을 통해 과거로부터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즉 겉치레에 매몰되지 않은 순수하고 큰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품는 ‘예의’는 늘 올바른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 작가노트 <흙, 불, 나무 그리고 포용의 오브제> 중
신철(b.1979)은 단국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브루클린 박물관, 프랑스 파리 세르누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